우리는 죽음으로 만나고 삶으로써 헤어진다.
망자를 인도하는 저승차사 유한성有限性. 그는 본디 매몰차지 못한 성격으로, 수많은 죽은 이들에게 정을 베풀어왔다. 그들은 유한한 삶을 살고 있으며 그 끝을 두려워 하기에...
그러나 연이란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무한한 내가 그들의 유한함을 이토록 두려워 하게 만드는가? 이야기가 적힌 수많은 책을 들고 있노라면 그는 때때로 그 무게를 견딜 수 없어 주저앉는다.
연의 붉은 실은 겹치면 겹칠수를 그를 옭아매므로 어느 순간부터 실들이 목이 조여온다. 피가 베어나와서야 붉게 물든 실을 풀어내더라도 깊은 상처가 아문 자리에 흉터가 남는다.
유한성은 돌맹이 하나를 집고자 손을 뻗었으나, 결국 의미없는 일이었다. 손에 쥔 것은 허공 뿐이다. 오랜 시간 겪어온 일에도 그는 무감해지기 어려웠다. 이 등들을 전부 꺼지게 한다면 빛이 사라진 곳에서 별을 볼 수 있을텐데. 그렇다면 네게 그 예쁜 하늘을 보여줄 수 있을텐데. 별은 너무 멀고 등은 너무 밝다.
눈이 부셔 고개를 숙이고도 내린 비에 생긴 웅덩이가 가로등의 빛을 반사한다.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빛이 마음속에 번져, 내리는 것은 비인가 눈물인가? 고인 물에 이는 물결 속 퍼지는 파문 하나가 몸을 아득하게 묻는다. 그는 아직도 인간의 마음을 버리지 못했다.
버려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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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성은 기억한다.
따스한 봄, 벚나무 한 그루에 꽃이 흐드러지게 핀 절벽 위에서 본 기생 하나를. 그 춤을, 그 사람을. 잊지 않는다.
사死는 우리에게 있어 또 다른 생生이기에
우리는 죽음으로서 비로소 삶을 얻는다.
우리는 그제서야 같은 삶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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