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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류3

by 참마도 2020. 12. 4.

원문출처


류는 기본적으로 사람이란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해왔다. 

감정이고 뭐고 복잡한 건 모르겠고, 그는 아무튼 그렇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러한 당혹스러운 상황만 오지 않았다면!

아마 죽을때까지 그러한 주제로 깊이 고민할 날은 오지 않았을테지.

 

제 앞에는 두 명의 연인이 있다. 양다리가 아니고, 정말 같은 천사가 둘이 있다고.

눈을 비벼 봐도, 목소리를 들어봐도. 인상을 쓰고 노려봐도 다를 바가 없다.

이럴 리 없다며 여느 동화같이 옷이라도 벗겨보려 했지만 평소보다 하나 더 늘어난 싸늘한 눈길에 조용히 손을 내렸다.

 

-

 

애인이 둘인 것은 몹시 골치아프다.

 

나는 단 한 명의 사랑과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싶은데, 왠걸. 공평하게 시간을 나누면 내 추억도 둘로 나뉘고, 그렇다고 모든 순간을 셋이 함께할 수 있을까?

 

류는 로제를 사랑해왔기에 안타깝게도 제 앞에 놓인 둘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에게 있어 사랑은 물속에서 수면에 맺혀 일렁이는 빛을 보는 것과 같이 아름답고, 어느 절대자의 거역할 수 없는 언령처럼 무자비하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 이에게는 사랑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고민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누가 클론인지 알 게 무엇인가?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질투해주면 나야 좋고. 잠자리야 바란다면 셋이 해도 상관 없다. 둘 다 아쉽지 않도록 노력해보지.

 

남이야 알 바인가, 그의 사랑은 나뉘는 게 아니라 늘어난다.

 

애인도 두배! 사랑도 두배!

 


youtu.be/3W3hCbBmy6I


사람은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

손짓과 눈짓, 어투 하나하나

모든 곳에는 기억이 스며들어 있다.

 

때문에 망각이 몸뚱어리를 잠식할 때,

그는 비로소 진정한 죽음을 맞이한다.

아주 이른 죽음을.


류는 나름의 진지한 고민 끝에 아주 느리게 깨달았다. 뭐를? 멍청한 생각을 했다는 것을.그리고 제 이름이 독백을 치기에 무척 짧다는 것을. 성이라도 정해야 하나. 류 이르미어브시스 라던가...

 

이 세상에는 별 괴상한 능력을 가진 것들이 널리고 널렸다. 그럴 일은 없지만 만약 그 중 기억을 읽는 놈이 제 천사의 기억을 읽었다손 치자. 그는 그 놈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아니지, 상황이 다르지.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차에! 불쌍한 류. 그는 앞서 투자한 시간이 의미없게도 상황의 해결을 맞이한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 닥쳐왔다.

 

-

 

애인이 죽었다.

무슨 말이냐면, 애인이 애인을 죽였다. 재차 말하지만 양다리가 아니고 애인이 둘이다.

 

젠장!

 

어떻게 설명해도 쓰레기가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그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미안하지만 고민은 안줄어들고 머리숱만 줄어드는데 손좀 떼봐

 

누구를 죽여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

가장 사랑하는 이를 죽인 존재.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두 명제가 부딪혔다. 사랑한다. 그러나 증오한다. 이 무슨 갑작스런 애증 관계란 말인가? 이런 식으로 그를 증오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눈 앞에 어른거리는 이것들은 어찌해야 할까.

 

엉망으로 흐트러진 푸르고 하얀 머리카락. 바닥에 흩뿌려지고 고여 푸른 색과 대비를 이루는 붉은 피.

아무래도 비현실적인 상황에 돌이킬 수 조차 없는 일이 겹쳤다.

그는 다시 눈을 비비고, 목소리를 듣고자 질문을 하고, 물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이 뒤로 아마 현실도피할듯

왜냐하면 어쨌건 원래는 한명이었고, 로제 묻으면 눈에 보이는 건 여전히 한명이고.

한바탕 끔찍한 꿈으로 자기세뇌하기 딱 좋은 상황아녀

 

류는 감히 로제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시체를 붙들고 오열을 한다던가, 화장해둔 함을 침대맡에 두고 자기 전마다 쓰다듬는다던지

밤마다 죽는 모습이 나오는 꿈을 꾸고 울며 일어나든, 로제가 죽은 그 장소를 보고 한참을 서있든

괴로울 건 괴로워하고 사랑할 건 사랑함 

 

근데 대신 충격은 꽤 받았을듯 맨날 지가 먼저 죽으리라 생각했는디...

 

티알뇌에 절어서 이딴것만생각남

꿈결 같던 시간이 전부 지나갔습니다.
당신 앞에는 그리 사랑하던 천사가 서 있고,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왔는데
슬플 일이 있던가요?
한바탕 악몽을 꾸었다 생각하고 잊어버리면 될 일입니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이 평화로운 날에.

대신 정신망가져서 웃긴웃는데 웃는게 아니고 웃다가 울다가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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