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림

완전한 무명의 낙오자

by 참마도 2020. 4. 5.

그의 아득한 꿈


 

 

니킬은 꿈을 꾼다.

 

 

 

이 파도에 휩쓸린 순간 나는 꼼짝없이 죽겠지.

 

 

줄곧, 꿈 속에서 니킬은 끝없는 심해로부터 끌어내려진다.

따듯하고 시렵다. 안온하며 두렵다. 그것이 몇 번이고 그의 손을 잡아 끌었다. 

힘없는 발버둥마저 이 수압 속에서는 어느 의미도 갖지를 못하지.

 

 

침전. 오직 가라앉기만을 반복하던 어느 순간 그는 부유하기 시작한다.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어둠속에서 니킬은 지독하게 두려운 한 쌍의 눈과 마주한다.

물이 고막을 누르는 소리만이 오롯한 적막의 공간에서 본능적인 두려움에 그는 그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너는 진실로 아난타셰샤의 현신인가?

시간의 종말 이후에도 지금과 같이 암흑 속을 응시하고 있을 것인가?

 

 

눈을 덮는 막에 새겨진 신은 어떠한 대답도 돌려주지 않으리라.

그의 머릿속에는 모든 것이 존재하거나, 혹은 그 어느 것도  잔존하지 않게 될 것이다.

 

 

나는 조각났다

 

그는 느낀다. 

저 끔찍한, 기이하고 아둔한 것은 내 머릿속을 헤집어놓고 빈 곳에 다른 것들을 채워 넣겠지. 

그러고는 그마저도 부족하다는 듯 내용물을 온통 쏟아 다른 쏟아진 것들과 휘저어놓을 것이다. 

그게 저것이 나를 잡아먹는 방법이다.

 

 

적막의 바다.

 

벤카트라만 크리쉬나무티,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하지만. 그것 하나만은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이 말했듯, 당신은 틀렸어요.

저것은 그저 멍청한 식인 장어이고, 우리가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고등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머릿속에 있는 셰샤나가를 두려워하고 있을 뿐입니다.

당신이 인지의 배신을 거쳐 뇌 속 작은 우주의 마지막 빛이 꺼질 그 때, 남아있는 것이 바로 저것이겠죠.

당신은 당신이 죽어 타인들에게 잊힐 것을 두려워 하지만,

나는 내가 나를 잃어 잊어 죽을 것이 두렵습니다.

 

 

난 죽어가고 있다.

 

 

-2019.10.28. 니킬의 어느 날 밤 꿈 fin

'드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Counseling  (0) 2020.05.20
SCP Dream  (0) 2020.04.05

댓글